청림~삼거리~(2km)~동쇠뿔바위~고래등바위~(0.8km)~서쇠뿔바위~안부~북릉~(2.3km)~의상사터~마천대(불사의방)~원효굴~신선바위~계곡길~(2.4km)~청림
변산은 쇠뿔바위와 의상봉 마천대를 비롯한 내변산 12경과 외변산 12경, 그리고 해변산 12경을 포함한 36경이 자랑거리다. 변산의 조망대요 최고봉인 의상봉(508.6m)
망해대에 올라서면 쇠뿔바위, 지장봉, 쌍선봉, 상여봉 등 서해바다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또 부안에서 우슬재를 넘어서면 북쪽 산허리에 기기묘묘한 암벽이 병풍
처럼 보이며, 비가 오면 암벽 곳곳이 폭포가 되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옛날 어느 왕이 이곳에 머물며 물을 마셨다 하여 어수대라 한다.
▲ 고래등바위를 오른다.
삼국유사와 동국여지승람, 그리고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는 의상봉 마천대의 일명 다람쥐절터로 불리는 불사의방에서 고승 진표율사가 자기 몸을 던지는 망신참법으로 득도한 미륵불교의 성지로 추앙하고 있다. 또 의상대사가 주석한 의상사와 의상봉을 답사하고 서해와 변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망해대에 올라 선계인지 불계인지 모르겠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명 또한 의상봉, 관음봉, 지장봉, 원효굴, 불사의방 등 불교와 관련이 많고, 유명한 사찰터로 실상사, 청림사, 의상암, 등운사, 불사의 방장, 선계사 등이 즐비해 불교 성지임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원효대사, 부설거사, 의상대사, 진표율사, 진묵대사, 월명 등 불가의 이름난 고승들이 변산에서 배출됐고, 근래에는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 원불교의 소태산 등이 월명암을 비롯한 주변 사찰에서 득도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감록이 말하는 우리나라 십승지로서 손색이 없다.
의상봉 산줄기는 호남정맥 내장산 까치봉을 지나 백암산을 가기 전 순창새재 부근 530m봉에서 가지 친 영산기맥(왼쪽 영산강의 분수령. 목포 유달산까지 가는 산줄기)이 입암산을 지나 방장산 못미처에서 북쪽으로 지맥 하나를 살며시 내려놓는다.
이 지맥은 다시 북쪽 방향에 정읍 두승산 줄기를 나누고 북서쪽으로 달리며 배풍산을 지나면 또다시 북쪽으로 주산 줄기와 헤어져 서쪽으로 가다 곧바로 쌍선봉 줄기와 두 갈래를 친 뒤 삼예봉, 옥녀봉을 지나 의상봉을 솟구친 뒤 서해바다에 잠긴다.
물줄기는 동쪽은 고부천을 통하여 동진강에 살을 섞다가 서해에 골인한다. 서쪽은 모두 작은 계곡을 이루다가 서해에서 동진강과 조우한다. 황소의 두 뿔을 닮은 쇠뿔바위의 행정구역은 상서면 청림리, 의상대사가 마천대 아래에 의상사를 짓고 수도했다는 의상봉은 하서면 백련리, 산내면 중계리를 경계한다.
청림마을 원점회귀산행
부안군 상서면 청림 마을표석 앞(736번 지방도)에 주차하고 마을 어귀로 들어서면 청림이란 현판이 붙은 서원과 하얀 찔레꽃이 빈객을 맞는다. 이 마을은 청림사라는
큰 사찰터가 있어 유래됐고, 내소사에 있는 동종(보물 제227호)도 발굴됐다.
우측의 수풀이 우거진 마을 입구 앞(건너편에 파란색 마을공동 창고가 있음)에서 전답 뒤로 가면 북동쪽 숲길이 산행들머리다. 또 청림마을표석에서 736번 지방도를
따라 0.5km쯤 동쪽으로 가다 상수도보호구역 간판과 석축이 쌓인 곳으로 오르면 지름길로 두 길은 중간지점에서 만난다.
북동쪽 송림의 오름길이 제법 가파르다. 김씨 묘소를 지나면 송림길이 시작되고 묘소들이 능선에 계속 등장한다. 서쪽으로 돔형의 통신시설을 정수리에 인 의상봉이
모악산처럼 고통을 호소한다. 산행 15분쯤이면 736번 도로변의 석축 쌓인 지름길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길이 넓은 곳에 잘 단장된 묘소 2기를 지나 가쁜 숨을 한바탕
몰아쉬면 전망대 바위에 닿는다(청림에서 25분 소요).
북쪽은 우뚝 솟은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쇠뿔바위가 머리를 압도할 듯이 다가서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의상봉이 눈인사한다. 청림마을에서 오는 갈림길(북서
쪽)을 만나고, 돔같이 웅장한 서쇠뿔바위와 동쇠뿔바위 사이의 V자 협곡으로 올라 삼거리에서 동쇠뿔바위(456m)를 밧줄에 의지해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청림에서 50분 소요).
북동쪽 하서 방향에서 뻗어온 산줄기에 옥녀봉,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는 비룡상천봉, 어수대, 와우봉이 꿈틀거리고, 눈앞에는 걸어가야 할 고래등바위, 서쇠뿔바위가
지척이다. 서쪽엔 의상봉, 그 너머로 서해바다가 너울거린다. 동쪽엔 왕관 형상의 우금바위가 뚜렷하고, 남으로 옥녀봉, 용각봉, 세봉, 관음봉, 신산봉, 청림마을이
뒤질세라 서로 고개를 내민다. 서쪽으로 선인봉과 부설거사와 진묵대사가 주석했던 월명암이 있는 쌍선봉도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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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가 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형상의 고래등바위. |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진 고래등바위는 암벽을 내려갔다가 올라야하는 스릴 만점의 코스다.
능선에 올라 서쇠뿔바위에 닿으면 북쪽을 빼놓고 삼면이 낭떠러지다 (청림에서 1시간25분 소요). 남으로
우금바위, 서북쪽으로 의상봉이 한눈에 잡힌다. 능선으로 되돌아와 새재를 거쳐 청림으로 가는 삼거리를
조우하고 북동쪽으로 걸으면 남쪽은 천길 암벽이고 북쪽은 송림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묘소가 마중 나온다.
울창한 송림에서 길 좋은 북동쪽(우측)으로 직진하면 와우봉, 어수대, 비룡상천봉,옥녀봉의 산줄기를 타고
가면 금광마을이나 우슬재를 거쳐 736번 도로변의 남선동으로 빠진다.
의상봉 가는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가 희미한 서북쪽(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안부를 내려 가다 계곡에서 너덜과 산죽길을 지나 서쪽 방향으로 희미한 길을 가다보면 북릉을 만난다.
울창한 숲에서 오찬을 즐기고, 발품을 팔면 능선길이 비교적 좋은 편이고, 남쪽 새재 하산 길을 만난 뒤
서쪽으로 직진해서 작은 고스락을 넘어선다.
키를 넘는 산죽길을 지나 갈림길에서 북쪽으로 직진하면 해창이나 백련리, 마천대는 서쪽으로 가야한다.
곧이어 우물과 묘소, 돌무더기와 머위가 진을 치고있는 넓은 의상사터에 닿으면 서쪽으로 의상봉 통신시설
이 머리를 살포시 내민다.
의상사터 바위엔 불일천(不日阡)이란 암각 글씨가 새겨져 궁금증을 자아낸다. 천일을 기도해야만 부처님의 계시를 받을 수 있다는 의상대사의 뜻일까. 아니면 우매한 중생을 향한 부처님의 오묘한 가르침일까. 불현듯 월명암에서 불도를 닦던 부설거사와 딸 월명의 불목하니를 살생하여 생불하지 못했다는 의상대사의 고뇌하는 환영이 어리는 것은 왜일까.
산죽과 너덜길을 지나면 오름길에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원효굴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남쪽으로 병풍을 둘러친 듯한 암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비경이 연이어지는 마천대에 닿는다(청림에서 2시간40분 소요). 천길 절벽 아래로 지장봉과 투구봉, 그 뒤엔 부안댐의 물이 잿빛으로 일렁이고, 그 너머로 내변산의 쌍선봉이 고개를 내민다. 청림과 우동리를 잇는 바드재의 굽이진 고갯길이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할머니의 허리 같다.
진표율사가 절벽으로 몸을 던지고 망신참법을 통해 득도했다는 불사의방은 이곳에서 20m의 암벽 중간지점에 있다. 누군가 매놓은 밧줄 여러 가닥을 잡고 유격훈련하듯 내려가면 천길 절벽 사이로 간신히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동굴에 암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절벽에 네 평쯤의 반석 위에 주춧돌과 와편이 흩어져 있다. 기와를 얹은 집을 쇠말뚝을 박아 암벽에 잡아맨 작은 암자인 성싶다. 지금도 암벽에 쇠말뚝 박은
흔적과 다람쥐에게 밥을 줬다는 바위에 사각으로 된 구멍이 선명했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린다.
마천대에서 북서쪽으로 오르면 의상봉으로 오를 수 있는데, 지금은 공군부대의 통신시설 때문에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
수직으로 깎아내린 듯한 암벽 위에 불사의방이 자리잡고있으며, 원효동굴도 답사한다.
지장바위를 좌측에 두고 내려가면 갈림길에서 남쪽은 쇠뿔바위와 새재로 가는 길이다(마천대에서 40분 소요). 동쪽으로 내려가다 물이 없는 계곡을 지나 조그만 고스
락을 오르면 조금 전과 방향이 같은 사거리다. 직진하여 돌길을 거쳐 발걸음을 재촉하면 상수도보호구역 표시와 오가피 재배지를 지나 청림마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정자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는 북쪽의 쇠뿔바위 모습이 가장 잘 보이고 웅장했다. 북서쪽으로 의상봉도 보인다(마천대에서 1시간 소요).